[워치라운지 이야기]노모스는 어떻게 상류층의 시계가 되었는가

워치라운지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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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모스는 상류층의 시계가 되었는가

 200만 원대 시계가 상류층의 시계라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상류층의 시계라면 적어도 롤렉스 이상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짜 부자들은 파텍필립을 차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1인당 명품 소비 세계 1위 국가입니다. 또한, 연봉에 따라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시계를 차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존재합니다. 소비의 모든 영역에 계급이 존재하며, 그 계급을 결정하는 기준은 언제나 ‘가격’이었습니다.

 시계를 기준으로 보자면, 과거에는 고가 시계가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었습니다. 전문직, 교수 등 사회적 엘리트 계층의 손목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20~30대들의 손목에 리차드밀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깨끗한 방식으로는 아무리 성공한 전문직이라도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초고가 시계들이 유독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강남 롤스로이스 사건’에서 보았듯, 사회적 통념상 상류층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유층이 초고가 시계를 차면서, 고가 시계가 갖고 있던 상징적 의미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올드 머니’,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하기’, ‘조용한 럭셔리’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마카세, 호캉스’를 과시하는 것이 오히려 촌스럽게 여겨지고, 차 자랑이나 집 자랑 같은 유튜브 콘텐츠도 더 이상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그우먼 이수지가 ‘제이미맘’ 캐릭터를 통해 부유층의 스노비즘을 풍자하며 큰 공감을 얻은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계의 계급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제 비싼 시계가 더 이상 상류층을 담보하는 상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상류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상류층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부르디외는 경제적 자본(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문화적 자본과 아비투스(몸에 밴 습관과 태도)를 통해 계층이 구별된다고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단순히 돈이 많은 계층이 상류층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노모스를 판매하며 고객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려 보면, 한국 사회에서도 상류층을 정의하는 기준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모스를 판매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구매자의 대부분이 고학력 전문직이거나 성공한 사업가라는 점입니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입니다. 배송지가 로펌, 병원인 경우가 많았고, 검색해보면 네이버에서 쉽게 기사를 찾을 수 있는 성공한 사업가들도 많았습니다. ‘시계 계급도’를 떠올린다면 다소 의외의 사실입니다. 물론 그들에게 노모스가 첫 번째 시계는 아닐 것이며, 롤렉스를 이미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작은 에티켓까지도 세심하게 지킨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다짜고짜 본론부터 이야기하는 대신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로 대화를 시작하는 식입니다. 흔히 백화점 발렛 직원이나 VIP 라운지 직원을 무례하게 대하는 부유층도 많지만, 노모스를 구매한 이들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공손함과 예절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성급한 일반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고객들에게서 공통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노모스 본사와 진행한 1:1 온라인 미팅에서 "노모스에서 생각하는 고객 페르소나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는 곧 "우리의 시계를 착용하는 사람이 어떤 이미지로 보이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시계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다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자기 표현의 수단입니다. 애플워치조차도 그런 역할을 합니다. (시간을 확인하는 본연의 기능은 스마트폰이 이미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를 타고 애플워치를 차고 있는 사람과 벤츠를 타며 롤렉스를 차고 있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추측하게 됩니다. 그들 역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애플워치와 롤렉스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모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요?



노모스를 선택한 사람들의 특징

 저는 판매자로서 다양한 노모스 구매자를 만납니다. 금통 롤렉스를 차고, 팔을 뒤덮은 문신을 하고, 예의를 갖추지 못한 말투를 쓰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어떤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노모스를 차는 사람들은 어떤 인상을 줄까요?

 제가 본 노모스 구매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졌습니다.


  •  단순히 비싼 것을 자랑하기보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다.
  •  아무나 알아볼 수 없는,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들에게 노모스는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안목을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내가 비싼 시계를 찼다" 가 아니라, "나는 이런 브랜드를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다"를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노모스를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얼핏 보면 타이맥스와 다를 바 없는 디자인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10만 원짜리 시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만 원을 지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로 이 점이 노모스를 차는 사람들을 차별화하고 독보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단순히 비싼 시계를 통해 부를 과시하는 것과는 다르게, 취향과 교양을 보여주기 위해 노모스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노모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자연스럽게, 노모스를 차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교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양이란, 단순히 비싼 위스키나 와인 이름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양입니다.

 부르디외는 상류 문화와 하류 문화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상류층이 특정 문화를 즐기기 시작하면 그것이 곧 상류 문화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과거에는 대중이 즐기던 오페라가 지금은 상류층의 문화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만난 노모스 구매자들을 통해 보면, 노모스는 교양을 갖춘 계층에서 즐기는 브랜드이며, 점차 그들만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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